어느 봄날, 오랜만에 아들 둘과 함께 성수동으로 외출을 했다.

나들이를 나온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괜히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문득, 둘째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공부보다도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성수에 도착하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성수역 출구를 나와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찰나, 아들들이 일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일식집으로 들어갔는데, 뜻밖에도 그곳이 스시메이라는 맛집이었다. 2층에 위치해 있어서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완전히 '럭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간장과 와사비 향이 퍼졌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일품 모둠 초밥이랑 특선 모둠 초밥, 같이 나눠 먹을까?" 아들들은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연어, 광어 지느러미, 활어 등 가지런히 담긴 접시가 우리 앞에 놓였다.

"오, 엄마 이거 정말 부드럽고, 여태까지 먹은 스시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아!"
아들들이 감탄하며 한 점 한 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득, 어릴 적 둘째가 아토피로 고생하던 시절이 또다시 떠오르면서 첫째도 어렸는데 

동생 때문에 늘 양보해주던 모습도 아련히 떠올랐다.

피부에 좋은 음식을 찾아 헤매고,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도록 고민했던 그 시절. 이제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들들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 스시메이 성수점 ]

 

 

 

스시에는 사케도 살짝 곁들어줘야 제 맛!

아들들이 모두 성인이라서 사케도 같이 한 잔 마실 수 있어서 이 순간이 행복한 1인.

 

 

맛있게 스시를 먹고 1층으로 내려와 살짝 걷다 보니 신기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띄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와, 이거 신기한데?" 
아들들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문을 눌렀다. 주문 버튼을 누르자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한 동작으로 컵을 잡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돌돌 말아 올리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아날로그시대부터 AI인공지능 시대까지 살고 있는 나는 두 아들의 엄마이다.

 

 

성수에서의 하루는 여전히 이어졌다. 스시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달콤한 디저트로 입가심을 한 뒤, 우리는 무신사 스토어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각적인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공간, 외국인 관광객들부터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매장은 활기가 넘쳤다.

아들들은 진열된 옷을 하나씩 살펴보며 신중하게 골랐다.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의 신상 재킷을 직접 입어 보며 거울 앞에서 자세를 가다듬기도 하고,

소재를 만지며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나는 한 발짝 떨어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턴가 스스로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 가는 아들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내 손을 꼭 잡고 따라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어딘가

뿌듯하면서 든든했다.

 

 

성수에서의 마지막 여정으로 ‘한정선 디저트’에 들렀다. 인테리어는 한옥 느낌을 살려 한국적인 미가 가득했다. 따뜻한 나무 톤과 정갈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공간을 둘러보며, 우리 힐링아트센터도 이런 느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아담하지만 단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디저트들은 하나같이 정성스럽고 단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딸기 찹쌀떡이었다.

쫀뜩해보이는 떡피 너머로 선명한 붉은빛을 띠는 딸기가 보였고, 그 속을 부드러운 팥 앙금이 감싸고 있었다. 특히 사랑스러운 핑크 컬러가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포장은 풀어버리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갈하고 예뻤다.

한 입 베어 물자, 먼저 쫀득한 찹쌀떡의 쫀쫀함이 혀끝을 감쌌다. 곧이어 신선한 딸기의 상큼한 단맛이 퍼지며, 그 뒤를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의 팥 앙금이 따랐다. 모든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평소 찹쌀떡을 즐겨 먹지 않는데도, 이 디저트에는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한입 한입 음미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듯한 맛.

성수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디저트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디저트가 있을까?

한정선의 딸기 찹쌀떡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정성스러운 손길과 좋은 재료에서 오는 정직함이 느껴졌다.

쫀득한 찹쌀떡 속 상큼한 딸기가 어우러져 정말 특별한 맛이었다.

마지막 한입을 삼키면서 ‘다음에도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성수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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